4월 글로벌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큰 부분은 단연코 SVB 파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은행파산이라는 것은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니며, 미국 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SVB 파산의 영향으로 시그니처 은행파산,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파산) 및 다른 유럽 은행들 역시 부작용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SVB 파산 이후 4월 글로벌시장의 동향, 그리고 그와 관련된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의 전망까지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Q. 은행 위기 속 4월 글로벌시장의 전망은?
1. 은행 파산의 원인
우선 SVB의 파산 원인에 대해 간략하게 보겠습니다. 가계에선 은행 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었으나, 정부에선 경기 부양을 위해 은행 자금을 필요로 하여 은행의 주 수입원이었습니다. 은행 또한 금융규제로 인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 매입을 늘려왔는데요. 그리하여 실리콘밸리 은행 대부분의 자산은 대출이 아닌, 장기채권에 투자한 상황이었습니다. 장기채권은 안전한 자산이지만, 그것은 만기가 되는 시점에서 안전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량의 장기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금리 인상이 이어지자, 보유한 장기채권의 가치가 떨어졌으며, 국채 보유자들(투자자들)의 예금 인출이 줄줄이 이어지자 주가가 폭락하여 결국 은행파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2. SVB사태 이후 연준의 대응
후폭풍이 커져 2차 피해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연준은 유동성 공급과 금리인상 및 동결을 유지하는 스탠스를 취하는 중입니다. 예금보험의 한도를 없애고, *BTFP를 가동하고 있는데요. 연준의 지원에 따라 국채 투자 손실 분을 일시적으로 충당해주는 과정에서 유동성 공급이 재개되고 있습니다. 유동성이라는 단어는 자산 혹은 채권을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합니다. 유동성 공급이라는 것은 자금 지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의 약자로, 미국 은행들이 예금주의 현금 인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연준에서 최대 1년간 대출을 지원.
3. 2차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
은행 위기가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우선 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중소은행의 대출 비중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감소가 우려되지만, 전체 금융위기보다는 해당 섹터에 국한된 위기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가계 부문의 소비와 관련한 대출이 감소할 시, 소비 타격 및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가계의 은행 신용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소비 충격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보다 직접적으로 부담이 커진 쪽은 유럽은행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VB파산 직후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사태로 인해 유럽은행권은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가 부진 및 은행대출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신규 자금 조달 및 영업 환경 악화가 이어져 미국 은행들에 비해 부담이 더 크고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4. 은행 위기로 얻은 긍정적 효과
부정적인 효과만이 아닌, 몇 가지 긍정적인 측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6%까지 상승했다가 5~5.25% 수준으로 재차 낮아져, 긴축 기대가 완화되었다는 점이 있습니다. 유동성 지원으로 연준 자산이 재 확대되면서 추가 긴축 및 종료 시점은 은행 위기 이전보다 개선되었습니다. 금리 하락(금리 상단이 낮아짐)은 오히려 전체 자산시장, 그리고 그 동안 가치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았던 성장주들에겐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유동성’에 의존했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참고해야 하겠습니다.
고용시장의 과열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는데요. 은행의 타격으로 인해 그 동안 해고가 많았던 테크 섹터 외에 금융과 기타 부문에서도 해고 증가 또는 추가 고용을 멈춰 고용시장의 과열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듯 합니다. 고용비용이 축소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선 노동비용(인건비)이 축소되어 기업이익 개선 기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한국시장에 미치는 영향
한국시장은 현재 수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 부진이 전체 수출 부진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수출 회복을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가장 필요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을 통한 경기 회복 효과는 아직까지 한국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반도체 재고 사이클의 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가 형성 중이지만, 그 역시 아직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며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내수 경기 부진도 특별히 개선점이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금융위기 진정 이후의 전망치 개선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4월 주식시장의 전망은?
1. 선진국의 주식시장 전망
주식시장은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SVB 파산에 따른 금융권 시스템의 위험 확산 우려 등으로 주가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연준의 빠른 대처와, 미국과 유럽이 보유한 다양한 금융 시스템 위험 억제 방안, 그리고 과거 사례(1990년 이후 4차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국면 시 금리 하락)를 통해서 본 결과, 선진국 주식시장의 할인율(특히 무위험수익률)은 하락할 전망입니다.
다만 연준은 올해 기업 이익 성장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주가지수의 추세 반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주가지수의 상단이 제한되는 가운데, 섹터 별로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잉여현금 창출 능력이 높은 섹터, 영업이익률이 상승한 섹터가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따라서 IT(반도체, 하드웨어&장비, 소프트웨어), 헬스케어(제약&바이오), 통신서비스(미디어&엔터) 섹터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2. 신흥국의 주식시장 전망
올해 성장률 개선 폭은 신흥국이 미국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며, 달러 강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달러 강세의 둔화는 신흥국 주식시장의 하단을 지지하고 있는데요. 경기 펀더멘털에 따라 국가별로 차별적인 이익 전망을 보일 예정입니다.
특히 2분기에는 중국의 경기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1분기에 시행된 중국 정부 및 중앙은행의 부양정책과 리오프닝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가 시행 및 지원하는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 국유 기업의 재평가 및 빅테크 규제 완화 정책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또한, 코로나 시기 중국의 가계 저축은 지속적으로 초과 증가하여, 충분한 소비 여력이 갖춰졌기 때문에 산업생산 정상화 과정에서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섹터 별로는 보복 소비 증가와 산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재와 IT업종이 중국 주가지수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국내 주식시장 전망
국내의 경우, 3월엔 경기 민감 업종(화학, 디스플레이, 에너지, IT가전 등)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SVB사태로 인해 금융 업종은 부진했습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2023년 실적은 빠르게 개선되어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는 반등하고 있지만, 시가총액 비중 및 이익 기여율이 높은 반도체 산업의 이익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되는 점입니다. 코스피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수출 저하로 인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한국 수출의 증가율이 상승으로 전환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익 기대를 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품목별 수출을 보면,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의 수요가 둔화됨에 따라 하락세를 지속하지만, 미국에서 한국 전기차에 대한 수요 증가로 자동차 및 2차전지 수출은 증가했습니다. 특히 2차전지의 이익 전망과 수익성은 미국 내에서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주가의 단기 상승 여지가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현재 산업 침체 국면에 있으며, 미국 제조업의 *PMI지수가 부진하기 때문에 수출 개선 전망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향후 글로벌 경기의 반등이 확인되기 전까지 산업 방향성의 탐색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PS(*): Earning Per Share의 약자로, 주당 순이익을 뜻함
PMI(**): Purchasing Manager’s Index의 약자로, 구매관리자지수를 뜻함.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출하 정도 등을 조사한 후 각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해 0~100 사이의 수치로 표현
Q. 4월 채권시장의 전망은?
1. 미국 채권과 크레딧 전망
앞서 보셨듯이 SVB 및 CS 파산 여파로 지방 소형은행의 연쇄적인 도산 우려와, 유럽에서 느끼는 위기까지 있는 가운데, 전체적인 금융 위기로 안전자산의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 그에 따라 채권 금리는 전만기물 별로 하락했는데요.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의 소형은행에서의 예금 인출이 급증해 대출 태도가 위축되었습니다. 소형은행 대출 유형 중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44%를 차지하고 있어, 이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타격을 끼쳤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은행권의 대출 태도 위축은 경기 둔화로 이어져 장기물 금리 하락의 원인이 되었는데요. 금융 위기로 인해 장기국채와 기준금리가 *200bp 역전까지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은행권의 대출 태도 긴축은 하이일드 기업들의 부도율 전망치가 높아질 확률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반면 투자 등급의 경우 기업의 **펀더멘탈 이상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Bp(*): Basis Point의 약자로, 금리나 수익률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단위. 1bp 인상은 0.01% 포인트 상승을 의미. 펀더멘탈(**): 기업의 기초 체력을 측정하는 기본적인 지표들.
2. 신흥국의 채권 전망
신흥국의 채권 시장 전망은 선진국 대비 긍정적으로 판단됩니다. 선진국의 경우 기준금리가 코로나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인상이 되었는데요. 이와 달리 신흥국은 코로나 직전 고점 부근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인하를 논의 중입니다. 선진국의 10년 국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를 대폭 하회중인 반면, 신흥국은 아직 10년 국채 금리가 기준 금리를 상회하는 국가도 많아서 가격 부담도 적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글로벌 *경기 경착륙 및 물가 우려 같은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강달러 압력도 완화되는 등 제반 환경도 긍정적인 상황입니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2025년 이후 기초재정 수지 흑자가 목표인 신재정준칙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정책 발표 후 채권과 주식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등 금융 시장은 긍정적인 해석이 되고 있습니다.
경기 경착륙(*): 활기를 띠던 경기가 갑자기 침체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일
3. 국내 채권과 크레딧 전망
선진국 중심의 급리 급락에 국내 금리도 연동이 되었습니다. 단기물 위주로 금리 폭이 크게 하락했으며, 수출 경기 하강세도 연장되어 하락 압력은 더욱 가중되었는데요.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 전망이 6%에서 5.25%까지 내려오며 한국은행 역시 추가 금리 인상 없이 동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기 하강으로 인해 올 1월 정부 *세수는 전년동월대비 7조원 가까이 감소했으며, 작년 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법인세가 인하되는 등의 변화 역시 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는 4월 중단기물 위주의 국채 15조원을 발행할 계획인데요, 이 역시 금리 급등락으로 이어질 전망으로 보입니다.
강달러 압력의 해소는 원/달러 환율의 안정으로 이어졌으며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둔화로 물가 상방 압력이 일부 해소된 점은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추경이나 세수 부족 이슈를 상쇄할만한 외국인의 중장기물 수요가 2분기부터 본격 유입될 전망입니다.
세수(*): 국민에게서 조세를 징수하여 얻는 정부의 수입.
4. 자산별 투자 시기는 어떻게 가져갈까?
지금까지 글로벌 주식 및 채권시장의 전체적인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았습니다. 현 1분기에는 물가 안정이 경직되고 긴축 지속과 은행위기까지 발생해, 아직까진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제안 드립니다. 2분기 이후에는 연준의 유동성이 증가하고 2차 충격이 점검되는 것을 지켜보며 장기채권보다는 주식과 우량 회사채,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