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바람이 차가워지는 지금, 누구보다 몸과 마음이 떨리는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겠죠. 그런데, 언제나 긴장한 학생과 학부모님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수능 날의 날씨입니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는 수능날, 날이 추워 등굣길이 힘들지는 않을지, 비라도 내려 집중이 흐려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그래서 해마다 수능이 다가오면, 뉴스에서는 서둘러 날씨를 전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수능 한파’입니다.
수능 한파는 없다? 춥지 않았던 역대 수능날의 온도
11월은 시기적으로 대륙에서 찬공기가 내려와 추워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게 되는 때입니다. 우리가 ‘수능한파’라는 단어에 익숙한 이유도 이 때문일 텐데요. 그런데 사실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1993년 첫 수능 이후 23번의 수능날 중에서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며 수능 한파를 기록했던 것은 다섯 번에 그쳤습니다. 생각해 보면, ‘수능한파가 예상됩니다’는 뉴스보다 ‘올해도 수능한파는 없을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의 뉴스를 더 많이 접한 것 같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유난히 수능날이 추웠던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은 수능의 한파
수능 한파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과 1998년, 유난히 추웠던 IMF 시절의 수능날이었습니다. 특히 1998년 시행된 수능시험날에는 최저기온이 영하 5.3도까지 떨어졌고, 전날인 예비소집일보다 무려 10도가량 최저기온이 떨어지며 한파주의보가 발효되었는데요. 이렇게 전국적으로 중요한 시험을 치르는 날, 한반도를 뒤덮었던 맹추위는 평년 기온과 비슷했던 다른 해보다 더욱 오래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던 것입니다.
마음이 떨리면 몸도 떨린다
하지만 그 이유가 단지 인상깊었던 기억 때문만은 아닙니다. 수능날 수험생의 경우처럼 평소보다 심한 스트레스나 긴장에 시달리게 되면, 근육이 수축하고 혈류랑이 감소해 실제보다 춥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수능한파 못지않은 심리적 추위를 느끼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나 수험생 가족을 둔 사람들은 그 날의 공기를 평소보다 차갑게 느낄 수 있어요.
수능 시험을 보러 갈 때에는 얇은 옷을 겹겹이 껴입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긴장으로 떨리는 몸의 체온을 지키고, 긴장이 풀려 몸이 더워질 때면 겉옷을 벗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결국 실제로 한파와는 큰 관계가 없지만 기억 때문이든, 긴장 때문이든 우리에게 수능날이 좀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은 맞습니다.
2017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쯤이면 수험생과 가족들은 몸도 마음도 긴장으로 떨리고 있을 텐데요. 남은 기간 동안은 건강관리에 조금 더 힘쓰고, 좋은 컨디션으로 추위도, 시험도 침착하게 이겨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