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야구위원회에서는 1미터 이상의 물건을 반입 금지한다는 새로운 안전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이 규정이 생기고 나서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홈런볼을 잡기 위해 외야석을 가득 메웠던 잠자리채가 모두 사라졌다는 점이죠. 이승엽 선수의 400호 홈런볼을 앞두고, 구단이 팬들이 가져온 몇 십 개의 잠자리채를 경기 내내 맡아주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채까지 챙기며 홈런볼을 잡고 싶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야구팬들이라면 누구나 꿈꿔보았을 홈런볼의 가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홈런볼, 그 가치가 그렇게 높은가요?
홈런볼의 가치는 100, 200이나 50, 70 등 특별한 숫자를 지니고 있을 때 더욱 높아집니다. 미국에는 전문적으로 홈런볼을 노리는 팬들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요. 타자가 어떤 방향으로 공을 날리는지, 비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야구장의 모양은 어떤지, 상대 투수는 누구인지 등을 모두 조사하고 분석합니다. 그래서 공이 날아올 확률이 높은 자리를 고르는 것이죠. 이런 노력으로 마침내 홈런볼을 손에 쥐게 되면, 경매시장은 떠들썩해집니다. 마크 맥과이어의 시즌 70호 홈런볼은 3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3억원에 낙찰되어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해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홈런볼 가격은 이승엽의 아시아 최연소 300호 홈런으로 1억 2천만원 상당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홈런볼, 이 정도면 재테크라고 부를 만도 하죠?
미국 홈런볼의 큰 손, 마이클 메이헨
미국에서는 이 홈런볼 재테크과 관련하여 전설처럼 내려오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 회사원이었던 마이클 메이헨은 베리 본즈의 700호 홈런볼을 잡기 위해 그의 공이 자주 향했던 오른쪽 외야석 입장권 6천여 장을 모두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본즈는 700호 홈런을 날리지 못했는데, 그는 오히려 돈을 벌고 돌아갔다는데요. 사실 그가 산 입장권은 단체 할인으로 50% 가량 저렴하게 구입한 티켓이었고,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원가의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표를 되팔았던 것이죠. 만일 홈런볼을 줍게 된다면 공은 자신이 받고, 수익금은 반으로 나눈다는 계약까지 붙인 채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다저스 구단은 이러한 행위를 불법 행위로 간주했고, 그의 엄청난 홈런볼 장사는 한 번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홈런볼 재테크가 성행하지는 않지만, 외야석에 앉는 사람들은 이 홈런볼을 복권처럼 생각하기도 해요. 야구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즐거움이 되는 것이죠. 포스트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이번 가을에는 친구와 가족, 연인과 동료와 함께 즐거운 야구장 나들이 하시면서 시원한 홈런 한 방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