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언제까지 다니게 될까? 회사 그만두면 뭐 해 먹고 살지?’ 직장인이라면 꼭 하게 된다는 이 고민, 여러분도 공감 하시나요? 어쩌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분들도 있으실 거에요. 아무리 지금 돈을 벌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리만큼 앞으로의 먹고 사는 문제가 걱정되시는 분들이라면, 이제부터 꼭 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이가 들었을 때, 여러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퇴직연금‘입니다. 혹시 지금까지는 이 주제에 대한 중요성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으셨나요? 여러분은 이미 ‘퇴직연금 귀차니즘’ 혹은 ‘퇴직연금 모르쇠’의 덫에 걸렸는지도 몰라요.
퇴직연금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대상이 되는 직장인들이 이 제도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퇴직금’이라는 이름으로 직원의 근속연수에 맞춰 회사가 적립을 해주던 방식이었지만, 퇴직’연’금으로 이름이 바뀌고 나서는 무언가 더 어렵고 복잡한 개념이 된 것이죠. 회사에서 근로자들에게 DB형이나 DC형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는 하는데 개념을 자세히 배운 적은 없으니 ‘대충 분위기 봐서’ 선택하신 분들도 있을 거에요.
그렇다면 퇴직금이 퇴직’연’금이 된 이유는 뭘까요? 과거 퇴직금 제도에서는 직원에게 퇴직금으로 줄 돈을 회사에서 쌓아두고 있다가 퇴직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어요. 설령 기업이 부도가 나게 되면 퇴직금도 같이 없어질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죠. 때문에 근로자들의 노후소득을 좀더 든든하게 보장하기 위해서 퇴직금으로 줄 돈을 외부 금융기관에 맡겨 퇴직자에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게 한 제도가 바로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회사가 알아서 연봉의 1/12 정도를 적립해주고, 회사에 문제가 생겨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으니 안심할 수 있죠.
이러한 퇴직연금에는 2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근로자는 이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하나는 과거 퇴직금제도와 같이 정해진 퇴직급여(근속연수×평균임금 30일분 이상)를 퇴직할 때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가 주기적으로 납입하는 돈을 근로자가 고른 금융상품에 투자해 그 성과에 따른 퇴직급여를 받는 형태입니다. 전자를 ‘확정급여형(DBㆍDefined Benefit)’이라고 하고, 후자를 ‘확정기여형(DCㆍDefined Contribution)’이라고 합니다. 설명보다 명칭이 더 어려울 수 있으니, ‘액수가 정해진 것은 DB, 투자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DC’라고 알아두시면 돼요.
회사가 주는 것 말고, 내가 주는 퇴직연금?! 또 하나 알아두시면 좋은 것이 ‘개인형퇴직연금(IRPㆍ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이라는 것인데, 말 그대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재직 중에 개인적으로, 추가적으로 챙겨두는 퇴직연금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직을 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퇴직금을 받을 때 바로 이 IRP계좌를 통해 받게 되지요. IRP는 회사가 주는 퇴직급여만으로 노후자금이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될 때 가입해서 절세효과를 누릴 수가 있는데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DC형+IRP)을 합쳐 연간 700만원 한도로 13.2%(연봉 5500만원 이하는 16.5%)의 세액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연말정산을 위해 여윳돈으로 납입하는 직장인들도 많은 추세라고 합니다.(단, 연금저축만은 연간 400만원 한도) |
정해진 금액을 받는 유형(DB)은 ‘근속연수’와 ‘최종연봉’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연봉 인상률이 높은 직장인들에게 유리해요. 하지만 이미 직급이 높아져서 연봉 인상률이 낮아졌거나, 임금 피크제 대상일 경우에는 퇴직금을 투자하는 유형(DC)으로 전환해서 투자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죠? 단! DB형 → DC형으로는 전환이 가능하지만 DC형 → DB형으로는 전환이 불가능하니 꼭 유의하세요.
DC형을 선택하신 분들은 이제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요, ‘근로자 스스로’ 투자상품을 선택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관심과 애정에 따라 퇴직급여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어요. 하지만 투자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펀드 투자는 부담스럽죠. 때문에 우리나라의 DC형 가입자 직장인의 76.5%가 퇴직연금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넣어두고 안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근로자의 노후생활 안정이라는 목적과 부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답니다. 혹은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에 넣어두었더라도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자신도 모르게 퇴직급여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연금생활문화가 잘 정착된 선진국들은 어떨까요? 이들의 퇴직연금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이라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는데요,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 특정한 펀드를 지정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지정해놓은 펀드 중 하나에 자동으로 가입이 되는 것입니다.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자산운용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한 것이죠.
– 미국의 TDF(Target Date Fund)
– 영국의 NEST(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
– 호주의 MySuper
위는 각국의 디폴트 옵션, 즉 자동가입제도들의 이름인데요. 대부분의 경우 해당 근로자들의 생애주기에 맞는 펀드에 자동으로 가입되어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면, 입사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크게 해 목표수익을 높이고, 퇴직이 가까워올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운용이 되는 것입니다. 저금리에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러한 자동가입제도가 도입된다면 많은 근로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거라고 예상돼요. 각국의 디폴트 옵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다시 한번 다루어 보도록 해요.
이제는 퇴직연금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 하셔야 할 때입니다. ‘퇴직연금 귀차니즘’과 ‘퇴직연금 모르쇠’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해요. 자신의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확인해 보세요. DB형이라면 자신에게 유리한 유형인지 꼭 알아보시고, DC형이라면 지금 수익률이 어느 정도인지,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야 할 필요는 없는지 살펴보세요.
퇴직연금은 미래의 여러분이 쓰게 될 돈입니다. 귀찮고 복잡하다고, 바쁘다고 방치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보세요. 보다 나은 노후의 삶의 질을 기대해볼 수 있을 거에요.